▲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노동자 1천200여명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 공사가 직접고용 약속을 번복한 지 4년여 만이다. 특수경비업에서도 공사의 불법파견이 인정되면서 1만명 가까운 자회사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4년여 만에 법원 “직접고용해야”

인천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김양희)는 지난 2일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 1천202명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직접고용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임금 차액을 보전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공사의 말 바꾸기에서 비롯됐다. 인천국제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상징이다. 공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2017년 12월 1기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통해 전체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공사는 2020년 2월 돌연 자회사 전환으로 말을 바꿨다.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고용하겠다던 계획도 철회했다. 결국 직접고용 대상자는 소방대·야생동물 통제 노동자 등 24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반발한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2020년 3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소송에 나섰다. 공사는 같은해 7월 자회사 인천국제공항보안을 만들어 용역업체 소속이던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업무 특수성에도 법원 불법파견 인정

이번 판결은 보안검색 업무의 특수성을 뛰어넘어 공사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사는 재판 과정에서 항공보안법과 경비업법 등을 이유로 보안검색 노동자에게 정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주장했다. 항공보안법 15조(승객 등의 검색 등) 3항은 보안검색을 경비업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경비업법상 국가중요시설을 경비하는 특수경비원은 시설주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특히 용역업체 특수경비원들이 시설주의 관리·감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사가 특수경비업에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원고측 고재환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공사가 항공보안검색 요원들에 대해 직접 지휘·명령했다고 인정했다”며 “경비업법이나 항공보안법에 따른 것이라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적용 제외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체 공사의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9천600여명)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추가 소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을 이끈 김대희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노조 위원장은 “보안검색 업무가 아니더라도 공사의 불법파견적 요소들이 인정된 것”이라며 “다른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이번 판결문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쳐 소송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마땅한 책임을 회피하고 순간을 모면하기에 급급했던 공사는 뒤늦게나마 사회적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 직접고용 여부 ‘쟁점’

다만 노동자들이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전환에 동의한 게 직접고용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하급심에서 자회사 정규직 전환으로 공공기관이 직접고용 의무를 다했다고 보는 판례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민사38-1부(부장판사 정경근·이호재·민지현)는 2022년 9월 한국전력공사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A씨 등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사표시 등 사건에서 공사가 불법파견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회사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한전은 2019년 5월 자회사 한전FMS를 만들어 용역업체 소속이던 A씨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재판부는 정부 지침상 자회사 고용 방식이 정규직화로 인정되는 점,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거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2020년 7월 용역업체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소속이 전환됐다. 다만 노조 조합원 중심으로 직접고용 전까지만 자회사 소속으로 하는 임시편제 방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자회사 전환을 반대했던 만큼 기존 판례를 고려해 직접고용 길을 열어 놓으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고 700명가량은 퇴직시까지 자회사 영구편제 근로계약을 맺어 공사가 추후 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가 직접고용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상 자회사 전환을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변호사는 “자회사 입사 자체만으로 (노동자가 원청의) 직고용 의무를 다했다고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자회사 전환을 정규직화로 인정한 것은 정책적 의미이지 사법적 의미의 직접고용과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다.

 강석영 기자